부동산 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이끄는 새 경제팀이 7·24 부동산 규제 완화책을 발표한 지 한 달만에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눈에 띄게 상승하고 매수 수요도 늘고 있다. 추석 이후엔 신규 분양 물량도 대거 풀릴 예정이어서 거래량 증가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 집주인들 아파트값 호가 올려…회복 지표도 긍정적
지난 7월 24일 LTV·DTI 규제 완화 대책이 발표되면서 얼어붙었던 주택시장에 온기가 돌고 있다. 24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7·24대책이 발표된 이후 한달 간(7월 25일 대비 8월 22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17% 올랐다. 매주 집계하는 서울 아파트 가격도 6주째 오름세를 이어갔다.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사업들이 탄력을 받으면서 아파트 가격이 올랐다. 서울 강남 아파트 시장의 지표 역할을 해온 대치동 은마 아파트 전용 76㎡는 지난 6월 8억1000만원선이었으나 7월에 무려 6000만원 뛴 8억7250만원에 거래됐다.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택 거래량도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7월 전국 주택 매매 거래량은 7만6850건으로 집계돼 전년 동기 3만9608건에 비해 94% 증가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이 집계하는 8월 매매거래량(21일 기준)도 4213건을 기록해 지난해 8월 대비 2배 증가했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 회복 의지를 재차 드러낸 가운데 주택 수요자들의 구매심리가 살아나는 등 이번 대책이 약발을 발휘하고 있다는 평가다.
경매시장에도 훈풍이 불고 있다. 경매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으로 8월 수도권아파트 경매낙찰가율은 86.9%로 지난 2월(83.9%)보다 3%포인트 올랐다. 낙찰가율은 감정가 대비 낙찰가격의 비율, 이 수치가 오를수록 경매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부동산 중개업소들이 체감하는 주택시장 분위기도 좋아졌다. 부동산포털 닥터아파트가 전국 부동산 중개업소 435곳을 대상으로 지난달 21일부터 한 달간 조사한 주택시장 지수는 전월보다 16포인트 오른 96.7를 기록했다. 이 중 거래량 지수는 21.2포인트 오른 78.2를 기록했다. 주택시장지수는 가격전망지수, 매수세지수, 거래량지수, 매물량지수 등 4개 지수로 구성된다. 8월 가격전망지수는 132를 기록해, 전월(115) 대비 17포인트 상승했다.
중구 신당동 K공인 관계자는 “7.24대책 이후에도 매수 문의가 두드러지게 늘지는 않았지만 집주인들의 가격 상승 기대감에 호가를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 추석 이후 ‘분양 대전’…건설사들도 분양 채비
매수 심리가 살아나면서 건설사들이 미뤄왔던 분양 물량을 하반기에 대거 쏟아낸다. 특히 추석 이후에 본격적으로 분양이 시작될 예정이다. 닥터아파트가 올 9~11월에 전국에서 분양예정인 아파트를 조사한 결과 122곳, 9만5392가구로 집계됐다. 2000년 이후 14년만에 최대 물량이고 전년에 비해 21% 증가했다.
수도권 3만7009가구, 광역시에서 1만7647가구, 지방도시에선 4만736가구가 하반기에 분양에 나선다. 전국적으로 재건축, 재개발 등 정비사업 물량이 풍부하다. 세종시에 대형 건설사들이 신규 분양에 나서고 수도권엔 위례신도시 동탄2신도시, 미사강변도시 등 한강이남 대규모 택지지구 분양이 예정돼 있다.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조은상 부동산써브 팀장은 “올 하반기 분양 물량이 많이 남아 있는데 기존에 분양이 많았던 지역에는 미분양 우려가 커지고 있으므로 청약시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추석이 끝나면 이사철이라 전세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추석이 예년보다 빨라 가을 이사철 성수기도 빨라질 것으로 예상되므로 전세를 구하는 세입자들은 좋은 물건을 선점하기 위해 좀 더 서두를 필요가 있다. 부동산114 관계자는 "정부가 추석 이전에 재개발과 재건축 사업 활성화 방안 등 추가 규제완화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며 "가을 이사철이 돌아오면서 하반기 주택시장이 활기를 되찾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출처: 조선일보 박정현 기자 2014.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