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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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기사] [부동산 법률 상식] 소유권이전청구권 가등기, 득보려다 독될수도
이순진(가명)씨는 주변인에게 보증을 잘 서주기로 유명하다. 그러나 잦은 보증으로 재산이 얼마 남지 않게 됐다. 이를 곁에서 지켜보던 동생 이명확(가명)씨는 형 순진씨의 얼마 남지 않은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순진씨 명의의 부동산에 소유권이전청구권 가등기(임시등기)를 설정했다.
소유권이전청구권 가등기는 부동산 거래 계약 후 소유권을 완전히 넘기기 전에 임시로 권리를 표시하기 위해 설정하는 것이다.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부동산을 팔기로 해놓고 선계약금을 받은 후, 해당 부동산으로 담보대출을 받거나 가압류에 들어가면, 매수인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 그러나 매수인이 소유권이전청구권 가등기를 설정한 후에는 해당 부동산으로 매도인 명의로 담보대출이나 가압류 등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 매수인이 자신에게 돌아오는 피해를 막기 위해서 미리 가등기를 설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명확씨가 순진씨 명의의 부동산에 소유권이전청구권 가등기를 설정한 것은, 순진씨가 본인의 명의로 부동산 담보 보증을 설 수 없게 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명확씨가 순진씨의 부동산을 사들일 의향은 없다. 이처럼 사실상 거래를 하지 않았는데 가등기를 설정하는 것을 통정 허위표시라고 한다. 당사자간 합의 후 부동산 보호 목적으로 실행한다. 이렇게 명확씨가 소유권이전청구권 가등기를 설정하면 순진씨는 설정자(명확씨) 모르게 재산을 처분하거나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할 수 없다.
이렇게 명확·순진씨 형제는 위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소유권이전청구권 가등기를 설정했는데 문제가 생겼다. 명확씨가 운영하던 회사가 부도가 났다. 명확씨에게 돈을 빌려준 채권자가 순진씨의 부동산에도 가압류를 하기 시작했다. 명확씨가 순진씨 명의의 부동산에 대한 가등기 권리를 가졌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채무자가 가등기를 해놓은 부동산이 있다면 채권자는 해당 부동산에 가압류를 실행할 수 있다. 가등기권에 대한 가압류다. 이런 경우 채권자는 중도금·잔금(90억원)을 내면 채무자(명확씨)가 가등기를 설정한 재산의 소유권까지 얻을 수 있다. 혹은 채무자의 재산을 경매에 붙일 수 있다.
결국 순진씨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 명확씨가 설정한 소유권이전청구권 가등기 때문에, 되려 순진씨가 재산을 뺏기게 된 위기에 처한 것이다. 법률상 순진·명확씨 형제가 설정한 소유권이전청구권 가등기는 허위표시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무효다. 그럼에도 채권자에게 “소유권이전청구권 가등기는 무효”라고 주장할 수 없어, 자칫 재산을 보호하려고 가짜로 한 가등기 설정에 발목을 잡힐 수 있다.
다만 예외는 있다. 해당 가등기가 실제로 매매예약(매매하기로 합의하는 것)에 따른 소유권이전 가등기일 경우다. 이 경우는 매매계약 완료를 10년 이내에 해야 한다. 또 가등기를 설정한지 10년이 지나면 가등기 말소 소송을 통해 말소시킬 수 있다.
이에 대해 법무법인 대지의 김아름 변호사는 “통정허위표시 가등기는 두 사람이 협의해 언제든 말소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명확씨의 채권자처럼 제3자가 권리행사를 하면 대응이 어렵다”며 “가등기를 설정한 사람이 나쁜 마음을 먹고 권리를 양도하거나 채권자 돈을 고의적으로 안갚는 등으로 소유권에 치명적인 피해를 가져올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출처: 조선일보 (김범수 기자 / 2014. 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