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에 기록 행진, 경매물건 선택팁]
응찰자·낙찰률 등 강세… 소형아파트에 실수요자 몰려
대구 등 낙찰가율 100%넘어
전문가 "조금 쉬기도 방법"
이달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 입찰 법정은 경매 열기로 후끈했다. 아파트·연립주택·상가 등 42건이 입찰에 부쳐져 그중 3분의 1인 14건이 주인을 찾았다. 서초구 방배동의 소형 주상복합 아파트(전용 39㎡)는 17명이 몰려 감정가(2억6500만원)보다 20% 정도 비싼 3억1550만원에 낙찰됐다.
올 들어 부동산 경기(景氣) 호조로 올 상반기 경매 시장 낙찰률과 응찰자 수, 낙찰가율(감정 가격 대비 낙찰 가격 비율)이 모두 2006년 이후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이른바 '트리플 강세'를 보였다. 감정 가격보다 비싸게 팔리는 고가(高價) 낙찰이 속출하는가 하면, 20~30대도 경매에 가세하고 있다.
◇'소형 아파트'가 최고 인기
올 상반기 경매 시장에서 가장 관심이 큰 투자 대상은 아파트다.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은 "올 상반기 전국에서 아파트 1만2790건이 경매에 나와 6447건이 낙찰됐다"고 28일 밝혔다. 낙찰률은 50.4%로 2006년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았다. 낙찰가율(89.4%)과 평균 응찰자 수(7.9명)도 10년 이래 최고치였다. 전세난에 지친 세입자 등 실(實)수요자들이 싼값에 내 집 마련이 가능한 경매 시장으로 대거 몰린 게 주요인으로 꼽힌다. 실제 최근 입찰 법정에서는 아이를 안은 30대 여성, 신혼집을 구하려는 30대 초반 남성 등 실수요자를 자주 볼 수 있다.
가장 인기 있는 투자 종목도 소형 아파트다. 올 상반기 응찰자가 30명 이상 몰린 아파트는 총 66건인데, 이 중 전용면적 85㎡ 이하 중소형 아파트가 전체의 92%(61건)에 달했다. 올 4월 낙찰된 서울 성북구 길음현대 전용면적 60㎡는 64명이 응찰해 상반기 최고 경쟁률을 보였다. 지방 일부 대도시는 집값 상승세와 맞물려 낙찰가율이 평균 100%를 넘어 과열이 우려될 정도다. 대구는 올 상반기 아파트 낙찰가율이 평균 108.6%, 광주광역시는 106.1%, 제주도는 103.4%를 각각 기록했다.
◇제주, 세종에선 토지 경매 열풍
토지 경매는 중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투자가 대거 몰린 제주도의 열기가 가장 뜨겁다. 올 상반기 제주도 토지의 낙찰가율(141.9%)은 작년 대비 43.3%포인트 상승했다. 전국에서 가장 높다. 세종시 땅에 대한 낙찰가율도 85.1%에 달했다. 토지는 수도권보다 지방에 투자자가 많이 몰렸다. 평균 응찰자가 가장 많은 상위 10개 토지가 모두 전남, 제주, 대구 등 지방이다. 박합수 KB국민은행 팀장은 "귀농·귀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데다 상대적으로 각종 개발 재료가 많아 지방 토지의 몸값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낙찰가율 90%넘으면 매력없어"
전문가들은 하반기에도 경매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 경기 회복 영향으로 경매 시장에 나오는 물건 자체가 줄어 경쟁이 더 치열해진다는 것이다. 실제 올 상반기 경매 시장에 나온 아파트(1만2790건)는 작년 한 해 경매 시장에 나온 아파트 물건(3만8048건)의 절반을 밑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낙찰가율이 90%를 넘으면 경매의 이점이 사실상 사라진다고 본다. 경매는 기존 주택 구입과 달리 낙찰 후 기존 입주자를 내보내는 명도(明渡) 절차가 까다롭고 비용도 많이 들기 때문이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장은 "경매 유입 물건이 점점 줄고 있어 수년 전처럼 시세보다 20~30% 싸게 낙찰받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주택과 상가에 국한한 투자 범위를 넓힐 것을 조언한다. 이영진 이웰에셋 대표는 "개발 호재가 있는 토지나 아파트형 공장 등으로 투자 폭을 넓히는 게 바람직하다"며 "실수요자들은 분위기에 휩쓸리지 말고 조금 쉬어 가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출처 : 조선일보 김성민 기자 (2015. 06. 29.)